2008년 05월 28일
크로싱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하루 늦었지만, 아니 이제 12시가 넘었으니 이틀이 늦었네요.
김태균 감독에 차인표 주연의 영화 '크로싱' 의 첫 번째 시사회입니다. 장소는 잠실 체육관. 시사회는 자주 다녀봤지만 잠실 체육관에서의 시사회는 또 처음이었어요. 사람도 무척 많았고. 이 첫 번째 시사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총 10만 명이 '크로싱'을 볼 수 있도록 시사회를 연속적으로 해나갈 거라니 놀라웠어요. 지난 '화려한 휴가' 시사회 규모도 상당히 컸는데 말이에요.
더군다나 과제 러시에 바쁜 여대생을 낚은 결정적 요인 중의 하나인 무비 콘서트. 기부 천사라 불리우는 훈남 김장훈씨가 메인이었어요. 신인인 나오미씨도 나왔는데 라이브 실력이 신인인데도 남달랐어요.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참 맘에 들었습니다. 김장훈씨는 말할 것도 없고 :) 역시 훈남인 주연 배우 차인표씨-역시 괜찮은 남자는 다 게이 아니면 유부남이라더니!-와 귀여운 아역 배우인 신명철군의 깜짝 무대인사도 있었습니다. 워낙 규모가 큰 시사회라 무대인사가 있을 거라고 절대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리고 무척 좋아하는 노래인 '거위의 꿈'을 차인표씨와 나오미씨의 듀엣으로 부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시사회는 시작되었습니다. 가족과 동물 나오는 영화(연애세포가 죽어버린 저희는 사랑영화는 거의 보지 않습니다orz)에 무척 약한 감수성 풍부한(나름 그렇게 생각하는)여대생 두 마리는 손을 꼭 잡고 두근거리며 영화를 기다렸습니다.
'사실은 소설보다 기이하다'
북한정치특강이라는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북한을 거의 남의 나라처럼 낯설고 생소하게 여기던 나였기에 북한에 대해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수업에서 북한 사회 전반을 배우기 시작하며 나는 알게 되었다. 북한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그 속에서 신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평범한 인민들의 슬픔을. 그것은 어설프게 접촉한 나조차도, 뭐라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슴 한 켠이 아릿해져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크고 슬펐다. 더욱이 이들은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한 민족이 아니던가. 그런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비참하게 굶어죽어가고 있다는 현실은,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알고' 있지만 쉽게 '실감'은 나지 않기에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주인공 용수는 여타 북한 주민들에 비해 다소나마 잘 사는 축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함북 대표 축구선수로 뛰었던 공로를 인정받아 인민훈장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도 북한 전역에 휘몰아치는 식량난의 광풍은 피할 수가 없었고, 영양실조로 쇠약해진 임신한 아내는 결핵에 걸리고 만다. 그래서 용수는 떠난다. 아내의 약을 구하고 돈을 벌려 가족을 먹어살리기 위해 중국으로. 어린 아들 준이와 아픈 아내를 두고. 그리고 이후 용수는 남한으로 넘어오게 된다. 목숨 하나 온전히 건사해서 가족들을 무사히 다시 만나기 위하여. 남한에 넘어 온 탈북자들 중 자신의 가족들과 모두 무사히 함께 넘어온 사람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뿔뿔이 헤어져서, 가족 중 누군가가 탈북 과정에서 죽거나, 나머지 가족들을 북녘 땅에 둔 채 남한에 와 있다. 영화의 시작 전 눈물을 지으며 가족을 그리워하던 탈북자들처럼, 용수처럼.
용수가 북녘 땅에 두고 온 임신한 아내는 죽음을 맞이한다. 아들 준이는 이제 홀로 살아나가야만 했다. 탈북자 아버지를 둔 고아인 준이를 받아줄 곳은 북한 땅에 아무 곳도 없다. 준이는 아버지가 계신 중국으로 넘어가려다 실패해서 결국 단련대에서 모진 고초를 겪게 된다. 비록 단련대의 일부만이 스크린에 비쳐졌지만, 단련대 안에 흘러넘치는 어떤 광기는 보는 이들을 소름끼치게 했다. 진심으로 자신의 배만 불리는 데 쓸 사회주의 일당지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선량한 다수의 사람들을 모질게 핍박하는 김정일 정권에 혐오감이 일었다. 자신들이 돌보고 이끌어야 할 사람들은 영양실조로 굶어가는 와중에 남한 원조단체에게 다이어트약을 요구할 정도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사람은 어디까지 추해질 수 있는 것일까. 권력은 마약이 든 달콤한 사탕과도 같아서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괴로운 현실 속에서 하늘 나라를 꿈꾸던 소녀는 죽었고, 소년은 친구의 죽음에 울부짖는다. 하지만 어떤 것도 변하지는 않겠지.
실화는 잔인하다. 영화 스크린안에서만은 충분히 꿈꾸고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관객들을 필연적으로 배신하고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게 된다. 영화의 제목은 CROSSING. 살기 위해 서로 등을 돌리고 헤어졌던 부자는 결국, 운명이 비스듬히 비껴 놓은 교차로에서 헤어져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단 하루의 차이는 부자를 영원히 갈라놓았다. 여권을 잃어버린 아버지가 억류되어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있을 때,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몽골의 사막을 헤매다 배고픔과 추위에 쓰러져 죽음을 맞이한다. 단 하루의 엇갈림은 영원한 엇갈림이 되었다. 용수의 울부짖음, 아들이 좋아했던 비오는 날 하늘 밑에 잃어버린 아들을 찾다 황망히 허공을 응시했던 안타까움, 전반적으로 감정이입이 어려운 영화라 영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있던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누구를 원망할 수 있을까. 다만 살기 위해 헤어져서 그저 다시 만나길 원했을 뿐인데.
영화는 사실 그다지 잘 만든 편은 아니다. 이런저런 시사회에 꽤 다녀 나름대로 눈이 높다고 자부하는 내 눈에는 영 차지 않았다. 아무래도 감독님의 전작이 키스할까요, 백만장자의 첫사랑-이런 풍이다 보니 이런 시리어스한 주제의 영화 연출은 아직 익숙하지 않으신 듯 했다. 각본은 어딘가 엉성했고, 연출도 감동의 포인트에서 한 끗씩 어긋났다. 관객을 울게 하려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였던 '태극기 휘날리며'와 '화려한 휴가'가 실제 우리 민족에게 있었던 비극을 담아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포인트를 딱딱 잡아냈다면 '크로싱'은 그 포인트를 잡아내는 내공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고, 가슴 뭉클해지기는 했지만 영화에 완전히 몰입해서 울 수는 없었다. cry with us. 이번 무비 콘서트 시사회의 슬로건을 실현하기에는 영화가 부족한 면이 많아 안타까웠다. 아무래도 북한에 친숙해지지 않은 사람들이 영화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게끔 '설명'이 있는 친절한 전개의 부재도 아쉬웠고. 북한 관련 수업을 들었던 나도 설명없이 휙 넘어가는 장면에서는 어벙벙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조금 더 꼬투리를 잡자면 남한 사회가 그저 이상향, 꿈같은 공간으로 나타나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탈북자들의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 것도 조금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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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나는 이 영화를 마냥 평가절하할 수만은 없다.
'첫 시도' 또는 '취지' 만으로도 난 이 영화에 어느 정도의 점수는 주고 싶다. 냉정한 영화 비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감정적으로는 '4년 간의 오랜 기간 동안, 북한 탈북자들의 아픈 현실을 담아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자식같은 영화'를 마냥 내 잣대로 깎아내리는 게 영 내키지 않는다. 현실이 그저 픽션이 되지 않도록 화려한 미사여구니 포장을 하지 않고 담담하게 담아낸 점이나 북한 사회의 소소한 모습들을 섬세하게 담아낸 것은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뚜렷한 '북한의 아픈 현실과 탈북자들의 슬픔'을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감독님의 의지가 영화 곳곳에 느껴지는 게 웬지 뭉클해졌다.
1996년의 고난의 행군을 능가하는 식량난의 위기를 겪으며 북한에선 오늘도 용수의 가족같은 이들이 서로 엇갈려 다시 만나지 못할 길을 걸어가고, 모진 고난을 겪고,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소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그대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의 오늘날도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힘든 시국이지만, 그래도 북녘의 반쪽이 겪는 아픔과 고통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수많은 이들의 죄없는 죽음만큼은 할 수 있는 한 막을 수 있도록 나서는 것이 그들과 같은 피가 흐르는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P.S 자신이 담아내고자 했던 북한의 현실과 탈북자들의 아픔을 떠올리며 흘렸던
감독님의 눈물이 후에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 by | 2008/05/28 02:46 | Feel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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